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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이의 여행
이 시대에 태어난 찻그릇, 굽이 없는 보듬이와 보듬이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에 관한 여행기.


새벽의 차 _ 점을 찍어 해를 그리다
동트기 전 홀로 깨어 작은 차회를 열고 스스로 차를 우리고 마시며 마음을 들여다본다. 단번에 환히 들여다보이지 않으니 차근차근 글로 옮겨본다. 차 한 모금 마시고 감정의 호흡을 고르고 또 한 문장 써 내려간다. 어려운 시험 답안을 써 내려가듯 끙끙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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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0일


깊은 산속 옹달샘, 그 위로 비치는 것
숲새미. 깊은 숲일수록 맑은 샘이 솟는다. 그 샘물로 숲속 만물이 하루를 살고 계절을 지나고 생을 이어간다. 언뜻 보이지 않는 그 모든 순환과 연결고리는 그저 고요하게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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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6일


두 사람의 찻자리
이제 막 접어드는 노년의 삶에서 다다르고자 하는 두 사람의 꿈은 같다. 그래도 삶은 삶인지라 잔잔히 망설일 일은 또 생길 것이다. 그럴 땐 찻자리를 펼치고 또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여태 그랬듯, 그렇게 서로에게 길눈이가 되고 도반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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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2일


천 개의 공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은근히 녹아들어 사람들은 한 점 그릇에서 제각각의 영감을 얻는다. 수만 가지 이미지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되, 눈으로 보기에는 텅 비어 있는 그림. 그런 그림이 편안히 내려앉은 보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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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7일


마음과 아름다움은 결이 같다
그녀는 다만 바른 것을 좋아하고 가까이하고자 할 뿐이다. 지켜야 할 도리를 따라 살아가는 것은 반듯하게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해나가는 일과 닮았다. 올바른 마음가짐과 단정한 아름다움은 결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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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2일


흙과 조개, 자연스럽다는 것
산과 들에 저절로 깃든 아름다움을 찻그릇에 그저 옮겨 놓을 뿐이라는 그의 손끝에서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선과 색이 나온다. 자연스러움이 곧 내 마음의 평온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쓰는 이에게도 가 닿는다는 믿음이 여기 이 백자 보듬이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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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7일


잠자는 흙을 깨우다
보듬이가 온몸으로 뿜어내는 예스러운 자태는 짐짓 꾸며낸 것이 아니다. 과거의 명성을 좇아 유물을 재현하려는 어떤 시도와도 다르다. 오히려 그릇 표면을 종이처럼 펼칠 수 있다면, 흰색 탐구, 평면과 율동 등의 제목이 어울리는 추상 미술 작품 같겠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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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破格, 굽을 떼어내다
고대를 거쳐 내려온 묵은 흙, 옛사람으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 도자의 손기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단계를 거쳐 쌓아 올린 방법론이 한데 모인다. 거기에 일상의 풍경이 살짝 더해진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의 조각들이 서로 얽혀 파격이 되고 절묘하게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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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비범한 재능과 열정, 그 모든 것은 단단한 바닥 위에서
유태근 작가의 모든 작품에서 대수롭지 않은 듯 뿜어져 나오는 미려한 선들의 이면에는 삼십 년 넘게 이어진 백만 번의 반복이 있다. 그가 만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바탕에는 흙투성이 청년이 붓을 쥔 중년이 되기까지 끊어진 적 없는 건강한 성실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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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안과 밖
매일의 차살림은 그녀에게 알맞은 온도였고,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스승의 가르침을 토양과 햇볕 삼아 차수건을 펼치고 차를 우리고 찻자리 너머 무형의 무언가를 보고자 애쓴 시간이었다. 그렇게 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 작은 풀꽃에서 큰 세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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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5일


시작은 언제나 어렵지만 언제나 믿을 만 하다.
보듬이의 여행 07 :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황혼이 되어서도 늦지 않다. 춘천의 옛 이름은 소머리다. 한자가 들어와 우곡(牛谷)이 되었고, 이내 우두주(牛頭州)로 바뀌었다. 소는 이롭고 중요한 동물이었고, 지명에 머리가 들어감은 으뜸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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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7일


약속이 가벼운 시대에서
보듬이의 여행 06 : 약속, 믿음, 실천 달마가 인도에서 중국땅으로 건너와 숭산 소림사 정상 아래의 좁고 어두운 동굴에서 면벽하며 9년간 수련을 했다. 그는 이곳에서 돈오頓悟를 이루었는데 그 와중 네 명의 이름난 제자를 두었다. 후에 숭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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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6일


아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보듬이의 여행 05 : 기본에 관하여 하나이레花入는 일본의 차법에서 매우 중요한 의식 중 하나다. 차실 밖의 어딘가에 피어 있던 꽃을 꺾어 차실에 걸고 오늘 하루 이곳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손님을 맞이하는 역할을 한다. 꽃은 언제나 훌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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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5일


마드리드의 하늘은 그녀들의 웃음과 함께 청명함
보듬이의 여행 : 특별편 마드리드의 세 여인, 왼쪽부터 리차드, 파멜라, 매튜 스페인에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묻는 말은 뻔하다. 스페인이 그렇게 좋다던데 정말 좋아요? 나는 이 질문에 몇 가지 이야기로 대신 대답하곤 한다. 산업화가 늦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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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5일


수집은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다
보듬이의 여행 04 : 다시 봄, 일출보듬이의 여행 먼저, 높고 좁게 난 직사각형의 쇼룸을 따라 선 길쭉한 나무탁자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밝은색 페인트의 벽면 아래 창가의 가로로 긴 묶음 커튼에 감도는 보라 빛깔이 반짝일 것이다. 아일랜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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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6일


혼자보다는 같이, 더불어 나누는 차
보듬이의 여행 03 : 다시 봄, 일출보듬이의 여행 봄이 들 날을 며칠 앞두고 남녘에 눈이 비처럼 쏟아지던 날 나는 구미로 향했다. 구미는 예로부터 역동적이고 분주한 사람들이 살던 도시였다. 비단 현대에 와서 조성된 산업단지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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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4일


아름다운 것, 生을 견디게 하는 힘
예술에 대한 그의 사랑은 건실하고, 티 없이 깨끗하며, 순수하다. 그녀를 통해 사랑하고 아낀다면 더 가까이 가서 보고 만지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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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1일


“간곡한 마음으로 차를 우립니다. 마치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 만남인 것처럼.”
보듬이의 여행 : 봄, 천둥번개보듬이의 여행 1 2월은 여러모로 분주한 달이다. 절기상으로 입춘과 우수가 있어 봄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지만 실상 계절은 여전히 춥고 혹독해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은 졸업을 하고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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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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