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rollingtea%20%EC%84%9C%EC%B2%B4%20%EB%A1

동짓달 해는 짧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일흔여섯 번째








애가 닳도록 기다려 눈 침침 귀는 먹먹

눈 덮인 응달 대숲 아래 두 칸 오막살이에

오도카니 혼자 사는 팔순 할망은

병자호란 때 끌려간 벙어리 딸내미

하마 돌아올랑가 기다린 동짓달 해는 짧고

그 난리 통에 불리어 나간 절름발이 아들 행여나

올랑가 기다리는 칠흑 밤은 너무 길었다더라.

바람에 구르는 가랑잎 소리 딸내미 울음소린 듯

문풍지 떠는소리 아들내미 발자국 소린 듯

애꿎은 오막살이 싸리문만 여닫으며

한숨 쉬는 그 할망 짓무른 눈 밟혀오는

동짓날 해거름 녘 저녁놀만 그리 뿕었다더라.








2024년 12월 21일,


정 동 주
















Felix Vallotton, Sunset, 1913
Felix Vallotton, Sunset, 1913

















댓글


  • Instagram
  • YouTube
  • Pinterest

© 2020 by Rollingtea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