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해는 짧고
- RollingTea 구르다
- 2024년 12월 20일
- 1분 분량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일흔여섯 번째 장
애가 닳도록 기다려 눈 침침 귀는 먹먹
눈 덮인 응달 대숲 아래 두 칸 오막살이에
오도카니 혼자 사는 팔순 할망은
병자호란 때 끌려간 벙어리 딸내미
하마 돌아올랑가 기다린 동짓달 해는 짧고
그 난리 통에 불리어 나간 절름발이 아들 행여나
올랑가 기다리는 칠흑 밤은 너무 길었다더라.
바람에 구르는 가랑잎 소리 딸내미 울음소린 듯
문풍지 떠는소리 아들내미 발자국 소린 듯
애꿎은 오막살이 싸리문만 여닫으며
한숨 쉬는 그 할망 짓무른 눈 밟혀오는
동짓날 해거름 녘 저녁놀만 그리 뿕었다더라.
2024년 12월 21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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