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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새 날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일흔아홉 번째








새로 봄이 오는 날입니다.

새봄은 새로운 것을, 새롭게 보는 것입니다.

‘새’는 새것, 새로운 것, 새로 나온 것입니다.

‘봄’은 만나다, 깨닫다, 함께 누린다는 말입니다.


새봄은 고요에서만 옵니다.

고요靜은 목숨이 한 번 모습 드러내어 살다가

죽은 뒤 새로운 태어남을 기다리는 우주입니다.


지난봄 새순으로 세상 와서 살던 민들레가

꽃 피우고 씨 맺어 퍼뜨린 뒤 시들고 말라 사라진 뒤에

돌아가는 뿌리根가 고요여서 눈에는 안 보입니다.

흙 속에 있으니까요. 우주는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공간입니다.


사람, 동물, 새 곤충, 물고기들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고요로 돌아갔다가 때 되면 돌아옵니다.

돌아옴은 그저 옛것의 되풀이가 아니라, 쉼 없이 바뀌고

달라진 깨달음으로만 새것, 새로운 것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뿌리 깊고 낡은 고정관념의 관棺을 깨뜨려 부수고

날마다 새로운 날 맞으십시오.

그대의 새 날은 곧 모두의 새 날이 됩니다.








2025년 2월 3일,


정 동 주
















Nicholas Roerich, Guru-Guri Dar, 1931
Claude Monet, 'Soleil levant (sunrise)', 1865-70, pastel 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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