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rollingtea%20%EC%84%9C%EC%B2%B4%20%EB%A1

아내와 샘물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쉰여덟 번째 장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해 떠돌면서도 차 마시는 버릇은 달고 다녔습니다.

1979년 가을,

지금 동다헌 언저리에 주저앉게 되었지요.

아내와

마들이 샘물이

내 마음 병을 고쳐주었기 때문입니다.


걸어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마들이라는 작은 산동네에는

오래된 샘물이 있습니다.

듣던 대로 샘물은 찻물로 아주 좋았지요.

하루가 멀다 하며 작은 물통을 가방에 담아 짊어지고

홀로 혹은 둘이,

무수한 시상詩想과 잡념과 침묵에 붙들렸다 떨쳐냈다 하며

물을 길어오곤 했습니다.

그 샘물로 차를 우리면 차향과 맛이 그윽해서,

아, 기운을 맑고 깊고 가볍게 나투는 신통력이 있는가 하였지요.


가진 것은 가난뿐이었지만,

아내와

마들이 샘물로 달여 낸 차를 마시면서

어언 45년을 살아왔습니다.

치우치려는 급한 성벽으로 깊어진 목마름을 적셔주고,

두 자식도 얻었고,

동장윤다를 만들고,

차살림학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보살 같은 내 아내와 마들이 샘물의

어머니 같은

은혜였습니다.







2024년 4월 4일,


정 동 주















아내와 샘물 | 자돌길 편지 | 정동주 | 소식지 구르다 | 롤링티 | 동장윤다 | rollingtea |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  淸明
마들이 샘물, 물소리 맑고 밝다, 산그늘 밑 응달에는 이제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ree
샘물이 시작되는 어딘가의 동쪽 하늘







ree
지금은 단장을 해서 옛 모습은 남아 있지 않지만, 물맛은 여전히 좋다








ree
마들이 마을을 돌아나와 동다헌으로 내려가는 길, 서쪽 하늘과 바다






댓글


  • Instagram
  • YouTube
  • Pinterest

© 2020 by Rollingtea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