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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쓰일 불을 담는 것


동장윤다 차살림법 : 찻자리 위로 이야기를 펼치다 : 2부_25장


차살림 준비

_풍로(風爐)











육우 선생은 그의 나이 서른셋이 되던 해에 묘한 물건을 하나 만들었다. 오로지 차를 ‘더 잘 마시기 위하여’ 필요했던 이 다기(茶器)는 풍로(風爐)다. 둥그런 몸에 바람구멍이 세 개가 있고 그 사이로 바람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산소를 공급해 주면, 안에 숯불을 담아 안정적으로 고온의 온도를 발열하게 된다. 그 위에 탕솥을 얹어 물을 끓이면 지속적이고 빠르게 찻물을 끓일 수 있었다. 그는 이 풍로를 765년에 고안하며 몇 가지 흥미로운 글귀를 적었는데, 우선 풍로의 둥근 몸을 받치는 세 개의 다리를 만들고 각각에 일곱 글자씩 총 21자의 문장을 만들었다.



坎上巽下離於中

위에는 물, 아래는 바람, 가운데는 불


體均五行去百疾

몸은 오행을 반듯이 하여 백 가지 병을 물리치며

聖唐滅胡明年鑄

거룩한 당나라가 오랑캐를 물리친 다음 해에 쇠로 만들다



감(坎)이란 팔괘 중 감괘(坎卦)를 말하는데 물을 뜻한다. 손(巽)은 손괘(巽卦)를 뜻하며 바람이다. 이(離)란 이괘(離卦)며 불을 뜻한다. 풍로의 모양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물이 불 위에 있어야 하고, 불 아래로 바람이 잘 통해야 함을 묘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바람이 불길을 일으키고, 불은 물을 끓여내는 이 관계가 잘 맞아야만 온전하고 바르게 이치가 통하고 찻일을 성공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육우가 생각하기로 이렇게 올바른 방법으로 찻물을 끓여낼 수 있어야 차가 올바른 맛과 향과 기운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고 믿었다. 차가 올바르게 작용할 수 있다면 몸과 정신의 건강을 잘 챙길 수 있게 되고 이것이 곧 예방의 묘책으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아 인생에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다. 병법서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가. 큰 피해가 났음에도 결국 이기는 것은 하책이고, 적은 피해로 이기는 것이 중책이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차는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나를 목표로 하기에 당연히 상책을 우선시한다. 다만 그러한 승리의 핵심에는 오늘날의 우리가 가볍게 여겨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물이라는 존재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러한 물의 가능성을 최대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도구가 바로 풍로였던 셈이다.


당나라가 티베트의 30만 군세를 꺾은 해가 764년이니 수년간을 유람하며 경험하고 기록했던 육우가 자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완성한 이 도구는 765년에 만들어진 셈이다. 그는 이 스물한 글자의 문장 외에도 세 개의 바람구멍 위로 각각, 마치 현판(懸板)인 양 두 글자씩 추가로 적어 걸어 놓았는데 그것이 ‘이공(伊公)’, ‘갱육(羹陸)’, ‘씨차(氏茶)’다. 혹자는 이 세 개로 나누어진 글자 놀이를 각각의 단어로 해석하려고 온갖 힘을 쓰기도 하는데 본인의 센스 부족이거나 혹은 육우의 언어유희에 속아 넘어간 순진한 관객이 된 셈이라 치면 된다. 바람구멍이 셋이라 짧은 두 문장을 억지로 세 개로 쪼갠 것이든, 앞서 말한 대로 일부러 벌인 짓이든 간에 천삼백 년도 뒤에 지나고서도 여전히 이것으로 속는 사람이 있으니, 관심은 제대로 끈 셈이다. 저 세 부분을 억지로 해석하려 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伊)는 성씨를 뜻하니 이공(伊公)은 해석에 무리가 없다. 다만 갱육(羹陸)은 국과 뭍을 의미하고, 씨차(氏茶)는 억지로 말하자면 아무개네 차 정도가 된다. 하지만 이것을 서로 붙여 여섯 글자로 만들고 가운데를 띄어쓰기하면 올바르고 편안한 문장이 된다.



伊公羹 陸氏茶

국하면 이 공이요, 차하면 육 씨라



이 모 씨가 대체 누구이길래 극존칭에 해당하는 공(公)자를 붙였고, 또 그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요리사길래 국 하면 그 사람이 떠오른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육씨(陸氏)는 육우 자신을 겸양하여 낮춰 부른 말이고 또한 그런 표현과는 반대로 차 하면 본인 스스로임을 자부하는 모양새가 자못 당당하고 재밌어 보인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이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되겠다.











정 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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